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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퍼피의 명암
집 잃은 동물
2022년 7월 18일
반려동물을 또 하나의 가족이라 여기며 애정을 쏟는 반려인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 블루를 겪던 사람들이 심리적 안정을 찾기 위해 동물을 입양하면서 4명 중 1명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펫 전성시대’가 도래한 것. 하지만 일상을 되찾으면서 동물 보호소에 유기된 동물이 급속히 늘어났다. 반려동물은 사람의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한 도구가 아닌 소중한 생명체라는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



코로나 블루가 불러온 유기 동물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늘어난 건 일회용 쓰레기와 우울뿐만이 아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거나 코로나 블루 해소 등의 이유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사람이 급증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는 지난 2021년 1월 <2020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 중 2020년 반려동물 양육률은 27.7%로 전국 추정 638만 가구, 인구로는 약 1,500만 명이다. 591만 가구였던 2019년과 비교하면 1년 만에 무려 47만이나 증가한 것. 미국수의협회 AVMA 역시 2020년 12월 기준 유기 동물 입양률이 58.3%로, 전년도 보다 약 6.8% 늘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변화 속에 ‘팬데믹 퍼피(Pandemic puppy)’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코로나 블루와 반려동물 입양 증가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많은 업계 전문가는 인간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주된 이유로 본다. 반려동물이 인간에게 심리적 교감과 행복을 준다는 건 많은 연구에서 증명된 사실이다. 지난 2018년 7월 포르투갈 연구팀이 정신의학연구저널 온라인판을 통해 반려동물과 우울감에 관한 실험 결과를 밝히기도 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한 환자 중 일부는 항우울제를 복용한 듯한 변화를 보였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처럼 집에 홀로 있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외로움과 우울감을 해소한다는 이유로 반려동물 입양에 나서는 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많은 동물이 새 가족을 만났다니 좋은 소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여러 동물단체와 훈련사는 충동적 입양이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입양률만큼 주목할 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파양·유기율도 대폭 상승했다는 점이다. 팬데믹 퍼피 현상은 1년도 지속되지 못했다. 서서히 일상을 되찾자 코로나 블루를 위로해준 반려동물을 다시 버리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 농식품부 동물보호과가 발표한 <2020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분기에 등록된 월평균 유기 동물 수는 7,955마리였지만 3분기에는 1만 769마리까지 증가했다고 한다. 하루 평균 약 326마리를 길에서 구조한 셈이다.  


▶ 사진 출처_11번가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많은 동물보호 관련 관계자는 유기·파양 동물을 조금이라도 줄일 방법으로 펫숍 구매가 아닌 유기견 입양을 제시했다. 강아지 공장식 생산을 줄여나가자는 취지다. 펫숍에서 판매하는 동물이 어디서 왔는지를 생각해 보면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이곳에 있는 작고 어린 강아지는 번식장에 있는 어미 개에게서 태어난다. 어미 개는 평생 동안 강제 교배와 출산을 반복한다. 그렇게 태어나 펫숍으로 온 강아지는 작을수록 잘 팔린다는 이유로 밥조차 제대로 먹지 못한다. 심지어 더 이상 출산이 어려운 번식장 동물, 작고 귀여운 시기를 지나 팔리지 않는 펫숍 동물은 쓸모없는 재고로 방치되거나 도살장으로 팔려 가기 부지기수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사지 말고 입양하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2022년 7월 기준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사지말고입양하세요’에 465만 개가 넘는 게시글이 있을 정도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동물권 행동 단체인 ‘카라(KARA)’도 이 일환으로 ‘온앤오프 입양파티’를 전개했다. 유기 동물 입양 문화를 ‘ON’하고, 펫숍에서 사고파는 행위를 ‘OFF’시켜 올바른 입양 문화를 확산·정착하기 위해 시작한 것. 

유기 동물 입양 독려를 위한 독특한 마케팅으로 화제를 모은 오픈 마켓도 있다. 11번가는 지난 6월 동물자유연대에서 보호 중인 유기묘로 구성한 프로젝트 아이돌그룹 ‘11키티즈(11kitties)’를 공개했다. 11키티즈는 메인 멤버 6마리와 연습생 5마리가 있는데, 메인 멤버 1마리가 입양되면 연습생이 메인 멤버로 올라오는 로테이션 그룹이다. 8월부터 ''2022 희망쇼핑 캠페인''을 통해 유기묘를 입양하는 고객은 11번가와 동물자유연대가 함께 마련한 고양이 전용 입양 키트를 지원받을 수 있다. 고양이 반려 안내 책자, 유기묘를 새 가족으로 맞이할 때 필요한 물품으로 구성돼 있다. 

‘반려’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차례

1991년 제정된 <동물보호법>은 우리 사회에서 동물권에 대한 의식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법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유기 동물 보호를 위한 시설 제도화나 지원 등 동물보호·복지 수준 향상에 대한 요청도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국회의원연구단체 ‘동물복지국회포럼’은 2020년 동물복지 향상을 위한 제도 전면 개선을 목표로 제시하고, 농식품부와 함께 전부개정안 마련에 착수했다. 덕분에 지난 4월 동물 학대 예방·관리 강화, 동물 보호소 제도화, 펫샵 허가제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제정 31년 만에 전면 개정이 이루어진 것이다.   

독일 대부분 주에서는 강아지를 키우기 전 반려견 면허시험(Hundeführerschein)을 봐야 한다. 특히 니더작센(Niedersachsen)주는 2013년부터 견종에 상관없이 무조건 시험에 합격해야만 반려견을 입양할 수 있는 법을 만들었다. 문제는 강아지 생태적 특성, 기분을 알아보는 법, 관련 법령 등 다양하게 출제하며, 80점 이상이면 합격이다. 뿐만 아니라 입양 1년 이내에 실기 시험도 치러야 한다. 목줄을 달고 산책하는 방법, “앉아”, “멈춰” 등 반려견이 간단한 명령을 알아듣고 수행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반려동물이 불안해할 때 보호자 대처법도 본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야 반려견 면허증을 발급받는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9년 12월부터 ‘반려인 능력시험’이 생겼다. 반려 문화 콘텐츠 전문 기업인 ‘동그람이’와 서울시가 주최하는 이 시험은 반려동물 행동학, 관련 정책이나 법 등 반려인이 꼭 알아야 할 내용을 테스트한다. 

이제 동물이라는 단어 앞에 애완보다 반려라는 말이 더 익숙한 사회다. 반려동물도 사회구성원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지금,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위해 이제 관련 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하지만 유기 동물 입양, 제도 마련보다 스스로 어떤 반려인이 될지 고민하고 준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입양하기에 앞서 반려동물의 삶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 가족으로 여기며 살 수 있는지 끊임없이 묻고 답해야 한다. 한 생명의 평생을 책임진다는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입양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되, 마지막 헤어짐까지 고민해야 하는 무거운 일이다. 유기 동물 입양이 증가한 건 긍정적 효과지만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양지원 기자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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