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정말 많은 언어가 존재해. 한국어,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 소리 내서 말할 수 있는 언어가 정말 많지. 오늘의 주인공은 소리 없이 표현하는 언어, 수어야. 소리내 말하지 않아도 모든 단어를 표현할 수 있을까? 과연 얼마나 다를지, 어렵지는 않을까 궁금해. 자기소개부터 요즘 시국에 쓰기 좋은 인사말까지 내가 한 번 배워볼게. 호기심이 생겼다면 얼른 모여봐.
프롤로그
과거에 청각장애 대학생을 인터뷰한 적 있어. 나는 손으로 말하는 법을 모르고, 상대방은 소리로 말하기가 힘들어서 소통이 어렵더라고. 어쩔 수 없이 필담으로 진행했는데 속도가 더디니까 진솔한 얘기가 나오지 않았어. 그래서 급하게 수어 통역사 선생님을 동행해 겨우 인터뷰를 마칠 수 있었지. 인터뷰가 끝나자 미리 소통할 방법을 고민하지 못했다는 게 창피하고 죄송한 거야.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수어 배우기에 도전해보려고!
10일간 수어 도전기
1일 차
어떤 언어든 배움의 시작은 자기 이름부터. 우선 자음, 모음을 마스터해야지. 숫자 3을 가리키듯이 손가락 세 개를 아래로 펼치는 동작이 지읒이야. 내 이름에 있는 자음, 모음 중 딱 하나 완성했어. 오른손 검지를 펼쳐서 상대방을 향해 뻗어주면 모음 ‘ㅓ’가 돼. ‘ㅈㅓㅇ, ㅇㅖ, ㅇㅡㄴ’ 발음하거나 글로 쓰면 1초도 안 걸리는 이름인데, 손으로 표현하는 건 이렇게 어렵다니. 시작이 반이다. 좌절하지 말자!
2일 차
이름을 익혔으면 자연스럽게 다음은 자기소개 연습하기. 좋아하는 음식과 간략한 자기소개를 배워보려고 해. 일단 기본 인사말부터 시작해 볼까? “안녕하세요.” 오른쪽 팔꿈치를 왼쪽 손바닥으로 쓸어준 뒤, 주먹 쥔 양손을 가슴 앞으로 가져와서 몸과 함께 살짝 숙여주면 ‘안녕하세요’가 완성돼. 한 문장을 완성하는 게 꽤 어렵네. 어떤 언어든 자기소개는 기본이니까 될 때까지 열심히 해보자고.
4일 차
자기소개는 마스터했으니 오늘부터는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한 회화를 배울 거야. “저는 노래 부르기와 독서를 좋아합니다.” 우선 양 손바닥이 하늘을 보도록 활짝 펼쳐줘. 오른쪽 손은 가만히 둔 채 왼손은 브이를 하고 오른쪽 손바닥을 두 번 쓸어주면 돼. 그럼 '책을 읽다'를 의미하지. 취미는 아이스 브레이킹 기본 질문이니
까 빼놓지 말고 연습하자.
7일 차
이제 먼저 질문도 해봐야지. “요즘 바쁘세요?”, “오늘 같이 밥 먹을까요?” 오프라인으로 수어 배우는 곳에 가면 꼭 먼저 말 걸어볼 거야. ‘오늘’을 표현할 때는 양 손바닥을 아래로 펴고 허공을 두 번 두드리면 돼. 그리고 손바닥을 펴서 입으로 두 번 가져가면 ‘밥 먹자’라는 의미야. 의문형으로 바꿀 때는 맨 마지막 동작으로 검지를 두 번 흔들어주면 돼. 오늘 배운 건 쉽지?
▶ 사진 출처_유튜브 채널 ‘손사탕 쉽게 배우는 수화’
10일 차
지금까지 인사말부터 취미, 음식, 숫자 등을 배웠어. 그 내용을 복습하는 시간이야. 이번에는 유튜브로 공부해볼까? 수어 선생님이 내는 퀴즈도 맞춰보는 거야. 이제 내 이름, 간단한 단어는 바로 전달할 수 있어. 선생님이 보여주는 동작도 금방 의미를 파악할 수 있지. 아직 문장을 바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열흘 동안 많이 성장한 듯해서 뿌듯하네.
에필로그
과거 무지에 대한 반성과 아쉬움으로 시작했던 열흘간의 수어 도전기! 생각보다 쉬웠고, 기대보다 훨씬 뿌듯한 경험이었어. 신기했던 건 수어로 얘기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표정에 더 신경 쓰고, 눈빛·얼굴 근육으로 더 많은 걸 표현하게 됐다는 거야. 손이 미처 담아내지 못하는 감정을 얼굴로 나타내는 거래. 소리 언어에 크기와 음정이 있다면 수어에는 표정과 눈빛이 있는 거지. 다들 수어 한 번 배워보는 거 어때?
▶ 사진 출처_'경기도 수어교육원' 공식 홈페이지
수어는 어디서 배울 수 있을까?
오프라인으로 수어를 배울 수 있는 곳은 경기도 수어교육원, 서울수어전문교육원, 각 지방자치단체 농아인협회에서 운영하는 수어 교실 등이 있어. 전주시립평화도서관에는 무료로 수어를 강의해주는 프로그램도 있다고 하더라. 본인이 사는 지역에 수어를 배울 수 있는 전문 기관이 없다면 유튜브를 활용해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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