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휴대폰에 담긴
맥시멀리스트의 삶
2023년 1월 19일

요즘 트렌드는 간결하고 깔끔한 것. 수년간 일상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 두고 사는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처럼 번졌다. 간편하게 사는 행복을 전해준다며 집안에 가득한 물건을 대신 정리하는 예능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미니멀리스트 삶을 지향하는 건 아니다. 나는 사소한 종잇조각부터 사진까지 그 어느 하나 버리지 못하는 아주 완벽한 맥시멀리스트다.

맥시멀리즘은 수십 년에 걸친 경험의 산물이다. 이를 증명하듯 서랍 한구석에는 그동안 사용했던 휴대폰과 MP3 몇 대, 단자가 달라 이제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는 충전기까지 잠들어 있다. 얼마 전 새해를 맞아 서랍 정리를 하다가 문득 2G 휴대폰을 깨웠다. 자연스레 연락이 끊긴 사람들과 주고받았던 문자, ‘모키토키’에서 받았던 배경 화면, 필름 카메라보다 화질이 떨어지는 사진, 수험생 시절을 버티게 해준 노래 등 열아홉까지 기록이 작은 화면에 그대로 담겨 있었다. 힘든 시기이긴 했는지 지금은 잘 듣지 않는 위로와 응원의 말을 건네는 노래가 많은 게 짠하기도 했다. 한때 많이 들었던 노래를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듣거나 오래된 사진을 꺼내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알 거다. 그 순간 타임머신을 탄 듯 그 시절로 돌아간다는 걸. 휴대폰 구석구석에서 빛바랜 그해의 냄새가 났다.

추억은 어느 순간 기억에서 멀어지다가도 아련한 그리움으로 변한다. 맥시멀리즘은 이런 추억에서 완성된다. 새해 목표로 흔히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거나 미니멀리스트로 살기를 꼽는다. 나 역시 그럴 심상으로 정리를 시작했지만 한 장 한 장 추억을 되새김질해보니 역시 미니멀리스트로 살기는 그른 것 같다. 올해도 맥시멀리스트로 살기로 했다.
CREDIT
양지원 기자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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