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업이 원하는 유형일까?
MBTI 역습
2022년 4월 18일
SNS에서 한 카페 직원을 뽑는 공고문을 캡처한 게시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저희는 MBTI를 보고 뽑아요. E(외향형) 성향이신 분은 많은 지원 바랍니다. I(내향형) 성향도 가능합니다. 단 ENTJ, ESFJ, INFP, INTP, INTJ 5개 유형은 지원 불가.’라고 적혀있었다. 단순한 인터넷 밈(meme)에서 취업 시장까지 등장한 MBTI. 자격증 준비만으로도 벅찬 취준생 우려는 높아져 간다.



나를 나타내는 알파벳 4글자
몇 년 전부터 MZ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한 MBTI는 ‘마이어스 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로 자기 보고식 성격 유형 검사 도구다. 이를 통해 검사자를 기준에 따라 총 16가지 유형 중 하나로 구분한다. 성격 유형은 에너지 방향을 말하는 E(외향형)와 I(내향형), 선호하는 인식에 따라 S(감각형)와 N(직관형), 판단 방식 선호도인 T(사고형)와 F(감정형), 선호하는 삶의 패턴을 뜻하는 J(판단형)와 P(인식형)로 나눈다. 정식 MBTI와 문항도, 형식도 다르지만 4가지 유형 코드를 활용해 결과가 금방 나오기 때문에 간이 검사로 인기를 끌었다.

MBTI 영향력은 갈수록 커졌다. 처음 만났을 때 혈액형 대신 상대 MBTI를 묻거나 추측하는 일이 흔해졌다. 인터넷에서도 MBTI 성격 유형별 카페나 커뮤니티를 쉽게 찾아볼 수 있고, 같은 유형끼리 모여 고민을 나누거나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MBTI 콘텐츠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이 다수 생겼으며 심지어 맞춤 향수도 나왔다. MBTI 유형별로 여행지를 추천한 여행사도 있다.


취준생에게 온 또 다른 스트레스 MBTI
자신과 타인의 성향을 이해하기 위해 소비하던 MBTI는 최근 MZ세대에게 심각한 고민 중 하나가 됐다. 기업 채용 과정에서 핫 이슈로 등장하면서부터다. 자기소개서나 최종 면접에서 MBTI 유형을 묻는 회사가 늘어났다. 일종의 밈이었던 MBTI가 채용 전형에 등장하면서 사람을 판단하는 주요 기준이 된 것이다.

특히 최근 2월 공개채용을 진행했던 SH수협은행이 자기소개서 항목에 지원자 MBTI에 관련한 질문을 넣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후 일부 기업도 MBTI를 고려하기 시작했기 때문.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에 따르면 약 55개 기업이 MBTI를 참고한다. 식품업체 아워홈, 케이블 제조업체 LS전선은 자기소개서에 ‘본인의 MBTI 유형 및 장단점을 소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본인과 적합한 직무 분야가 무엇인지 작성하라’는 문항을 넣었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씨와이뮤텍은 서류전형에 MBTI 검사 결과지를 반영한다고 밝혔으며, 건강식품 제조업체 안국건강은 2차 면접 전형 시 MBTI 검사를 현장에서 실시한다는 후기를 볼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취준생 사이에서는 기업에 맞춰 어떤 유형이 취업에 유리한지 눈치작전이 벌어졌다. 온라인 취준생 커뮤니티에서는 “합격한 분 MBTI 유형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MBTI별 반드시 대비해야 할 면접 질문은 무엇인가요?” 등 기업이 선호하는 MBTI를 예상하고 그에 맞춰 면접을 준비하는 풍경이 흔해진 것.


MBTI 과몰입 멈춰!
구인구직·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20대 청년 1,990명에게 ‘채용 과정에서 MBTI 평가 도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0.6%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MBTI만으로 지원자 성향과 성격 전체를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MBTI 검사를 반영한다고 밝혔던 기업은 자신의 장단점이 지원 직무에 어떤 연관성이 있고 어떻게 핵심 역량을 활용할 수 있을지 기술해 보라는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활용한 자소서 역시 취준생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창의성을 검토하고 싶다면 본인 장단점에 대해 자유롭게 기술하도록 하는 게 더 취지에 부합한다.

많은 전문가가 MBTI를 활용한 채용 방식에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심리 분석을 위한 도구를 실제 생활에 대입해 문제가 있는 것처럼 사회적 낙인을 찍는 상황은 적합하지 않다고. MBTI는 개인이 자신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간이 검사는 신뢰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사람을 선발할 때 활용할만한 객관적 지표가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도 개인 성향으로 당락을 가르는건 올바르지 않다. 또한 MBTI는 옳고 그름을 판결하기 위한 절대적 기준도 아니다. 채용과정에서 직무적합성을 중요하게 보더라도 성격을 마치 역량 평가처럼 치부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CREDIT
양지원 기자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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