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생이기 전에 평범한 20대로 봐줬으면 좋겠어요”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13기 허윤호
2021년 9월 1일
한국 사회에서 수험생은 항상 고된 이미지다. 특히 로스쿨 재학생에게는 ‘멋있다’, ‘대단하다’라는 반응이 뒤따라온다. 이런 엘리트 이미지가 이들을 옭아매고 있지는 않을까.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아>는 평범한 시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남에게 털어놓기엔 사소한 고민같아 말 못했던 이야기들을 솔직 담백하게 담아낸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허윤호 씨는 기자에게 코로나19 사태 속 로스쿨생이 겪는 고충을 가감 없이 전했다. 연신 “이렇게 말해도 되나요?”라고 물어보는 그에게 답했다.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021년 3월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 13기 허윤호입니다.

로스쿨 진학을 결정한 계기가 있나요?
중·고등학생 시절, 매년 적성 검사를 할 때마다 직무 적합성 1위로 법조인이 나왔어요. 이 결과가 대학교 전공 선택에도 영향을 미쳐서 법학과로 진학했습니다. 4학년이 되고 주변 친구들처럼 취업을 하자니 몇 날 며칠 밤새며 공부했던 지난 4년이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전공을 살리기 위해 로스쿨 진학을 결심했습니다.

로스쿨생의 일과가 궁금합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한 시간 정도 산책을 하고 식사를 해요. 학기 중에는 12시까지 수업을 듣고 점심 식사 후에 1시 반까지 쉬어요. 그런데 맨날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낮 2시가 되죠. 오후에는 2시간 단위로 나눠서 계획한 과목을 공부해요. 공부가 끝나면 책상 앞에서 8시부터 9시까지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보다가 10시 즈음에 자요.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은 언제인가요?
오전에 산책하는 시간이 가장 좋아요. 하루 중 가장 단순하게 보낼 수 있기 때문이에요. 집 근처에 산이 있어서 가끔 머릿속이 복잡할 땐 산길을 달려요. 달리다 보면 평소 가지고 있던 고민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거든요. 땀에 흠뻑 젖은 채로 일출을 보면 소소하게나마 성취감이 들어서 긍정적인 마음을 키우는 데 도움이 돼요.

반대로 하루 중 가장 힘든 시간도 있을까요?
뭘 하고 있을 때보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더 힘들고 지쳐요. ‘다른 동기들은 열심히 공부할 텐데, 난 왜 이러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괴감도 느껴지고요. 동기들과 친해져서 밥도 같이 먹고, 스터디도 하고 싶지만, 코로나로 학업 생활이 전면 비대면으로 전환돼서 동기를 만나기는커녕 이름조차 몰라요. 또 학교가 있는 대전에서 혼자 고시원 생활을 하는데, 가끔은 제가 공부를 하려고 이곳에 온 건지 묵언 수행을 하려고 온 건지 헷갈려요. 어디서 전화라도 오지 않으면 일주일 넘게 혼자 아무 말도 안 하고 지내기도 해요. 마치 대전에 도 닦으러 온 것 같달까요.

수험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본인만의 처방법이 있나요?
사실 심신이 많이 지쳐서 잠시 쉬어갈까 생각 중입니다. 로스쿨 특성상 방학에도 계속 공부를 해야 해서 심사숙고 끝에 휴학을 결정했어요. 당장은 극복했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지만, 충분히 쉬고 난 후에 전진하면 지금보다 더 효율적으로 공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휴학 기간에는 새로운 환경에서 기존에 안 해봤던 일들을 해보려고요.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제주도 민박 스태프예요. 매일 다른 손님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고의 폭을 넓히고 싶어요. 만약 저처럼 일에 지치셨다면 잠시 쉬어도 괜찮다고 전하고 싶어요. 왜 그런 말도 있잖아요. 유명 작가 데일리 카네기의 “휴식은 곧 회복이다”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힘들겠다”라는 말이죠. 사실, 이 말을 들을 때면 힘이 더 빠져요. 상대방은 공감해주려고 한 말일지 몰라도 저는 괜히 집에 두고 온 공부가 생각나서 마음이 불편하더라고요. 그리고 공부하는 게 벼슬도 아닌데, 매번 만나는 사람마다 “대단하다”라는 반응이라 부담스러울 때도 있어요. 수험생 이전에 평범한 20대 청년으로 바라봐주면 좋겠어요.

앞으로 어떤 변호사가 되고 싶은지
이 질문을 중학생 때부터 고민했는데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 답을 찾고 있어요. 제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방향을 잡으면 그 답의 실마리가 보일 것 같아요. 요즘처럼 자신에게 진지해져 본 적이 처음이라 많이 혼란스럽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분명 성장해 있을 거라고 믿어요. 그때 다시 찾아주시면 자신 있게 답변 드리겠습니다.

지금의 ‘나’는 먼 훗날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요?
성장통을 유난히 겪던 모습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올해처럼 며칠 동안 밤잠 없이 고민하며 지내본 적은 처음이에요.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매우 무던한 성격이었거든요. 그런데 요즘 들어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와 같은 고민으로 잠 못 드는 밤이 꽤 늘었어요. 시련은 사람을 성장시킨다고 하던가요? 밤새 쌓아놓은 고민과 노력이 언젠가 성장의 밑거름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 훗날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넓은 시야로 오늘을 볼 수 있길 바랍니다.

오늘 하루는 당신의 인생을 바꾸는데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요?
평소 일기를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데, 오늘은 인터뷰로 생각을 풀어내서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2021년도 벌써 9월이 됐는데, 정신없이 보냈던 시간을 정리하고 앞으로 남은 기간을 어떻게 보낼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제 28살은 성장통을 유난히 겪던
시절로 기억될 것 같아요”


하루도 맘 편히 잠들 수가 없던 내가
이렇게라도 일어서 보려고 하면 내가 날 찾아줄까 봐

볼빨간사춘기 - 나의 사춘기에게
글_하서빈 기자
#글_하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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