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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의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
2021년 6월 14일
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넌 후, 아픔과 상실에서 오랫동안 헤어 나오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랑하는 반려동물의 죽음을 앞둔 사람, 죽음 후 오랜 기간 힘들어하는 사람을 위해 글쓰는 수의사 이학범을 만나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펫로스 증후군의 주요 증상은 무엇인가요?
펫로스 증후군만의 특별한 증상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 슬픔, 우울감, 죄책감, 외로움, 분노, 수면장애, 사회활동 감소, 식욕부진, 무기력, 삶에 대한 회의감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증상이 1년 이상 지속돼 일상생활이 힘들다면 펫로스 증후군이라고 봅니다. 이것은 일반적인 기준일 뿐 객관적인 지표는 아니에요. 사람마다 슬픔을 극복하는 데 차이가 있기에 11개월은 괜찮고, 13개월이라면 무조건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없죠. 많은 사람이 반려동물과 이별한 뒤 자연스럽게 슬픔을 느낍니다. 이런 슬픔은 억지로 피할 필요 없이 죽음을 애도하며 시간에 따라 감정을 흘려보내고 건강하게 일상으로 돌아오면 됩니다.

펫로스 증후군의 예방법은 따로 없을까요?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고 나타나는 후회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령 반려동물 보호자에게 추천하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반려동물과 소소한 추억을 쌓으며 사진과 동영상을 많이 남겨두고, 버킷리스트처럼 하고 싶은 일을 함께해보세요. 정기적인 건강검진도 해주시고요. 동시에 반려동물 장례 정보를 미리 알아두거나, 반려동물의 죽음 후 생길 슬픔의 증상을 미리 공부하며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도 좋습니다. 필요에 따라 둘째를 입양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반려동물의 죽음을 현실적으로 회피하지 않고 잘 받아들이는 방법이 있을까요?
반려동물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정상적인 과정이며, 시간이 충분히 지나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겁니다. 보통 부정>분노>타협>절망>수용 5단계에 걸쳐 반려동물의 죽음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맨 처음에는 ‘아니야, 우리 아이가 죽었을 리 없어’라며 부정하다, 주변 사람이나 자신에게 화를 냅니다. 그리고 타협을 시도하다가 어떻게 해도 죽은 아이가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며 비로소 죽음을 인정하게 되죠.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반려동물을 입양해도 괜찮을까요?
슬픔을 극복하려는 목적만으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대체품을 찾듯 다른 동물을 입양하거나, 같은 품종을 찾아 같은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동물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심지어 아무 죄도 없는 새로운 아이를 떠난 반려동물과 비교하며 혼내는 경우까지 생기기도 하죠. 지나치게 이른 입양은 건강하게 애도하는 기회를 빼앗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떠난 반려동물을 충분히 애도한 뒤 입양하거나, 펫로스 전에 미리 입양해서 첫째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둘째와 함께 극복하기를 권장합니다.

노령 반려동물에게 특별히 배려할 점이나 주의할 점이 있나요?
반려동물이 나이가 들면 시력, 청력 등 감각이 둔화하면서 여기저기 부딪히고 다치기 때문에, 가구 배치를 바꾸거나 새 가구를 사지 않는 게 좋습니다. 침대나 소파에는 경사로를, 모서리에는 쿠션이나 보호대를 설치해주세요. 또한 치매(인지기능장애증후군)로 인해 밤에 깨서 돌아다니거나 대소변 실수를 할 수 있는데, 이때 방수가 되는 어린 아이용 범퍼 베드를 이용하면 사고를 예방하고 배뇨 실수도 관리하기 수월할 거예요.

주변 사람과 슬픔을 나누며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할 수 있다는데, 차마 입을 떼기 힘든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건 내 슬픔을 무시하지 않고 잘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입니다. “뭐 동물이 죽었다고 슬퍼해”, “부모님이라도 돌아가신 줄 알았네”라며 내 감정을 무시하는 사람에겐 오히려 상처만 받게 될 거예요. 반대로 반려동물 보호자나 펫로스 경험이 있는 사람은 어떻게 얘기할까 고민할 필요도 없이 내 슬픔을 이해하고 공감해 줄 겁니다. 그리고 이들이 옆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될 거예요.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친구에게 어떤 위로를 건네야 할까요?
위로를 건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칭찬해드리고 싶어요. 하지만 어떤 도움이라도 주고 싶다는 생각에 섣부른 위로를 건넸다가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다른 동물을 입양하면 괜찮을 거야”, “그래도 오래 살다 갔잖아”, “천국에 갔을 거야”, “시간이 약이야” 등의 말은 오히려 2차 가해를 낳게 됩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친구를 가만히 안아주세요. 위로의 말은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얘기해. 내가 옆에 있어 줄게”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슬퍼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만연한데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우리나라는 슬픔을 드러내는 것에 인색한 나라 같아요. 오죽하면 ‘남자는 태어나서 3번만 운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래서 펫로스 증후군을 ‘인정받지 못한 슬픔’, ‘박탈당한 슬픔’이라 부르는 것처럼 펫로스로 인한 슬픔을 잘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시간이 지나면 이런 분위기가 자연스레 바뀔 거라고 봅니다. 아니, 이미 사회가 변하고 있어요.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분들이 1,500만 명을 넘어섰고, 그에 따라 펫로스 경험자들도 늘면서 반려동물의 장례 문화도 정착되고 있습니다. 캠퍼스플러스에서 펫로스증후군에 대해 인터뷰하는 것만 봐도 사회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뜻 아닐까요? 또 제가 쓴 책 «반려동물과 이별한 사람을 위한 책»이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펫로스 후 슬퍼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반려동물은 차별 없는 사랑을 줍니다. 언제나 100% 최선을 다해 우리를 사랑하죠. 내 직업이 무엇인지, 돈이 얼마나 있는지, 몸무게가 얼마인지 따지지 않고 무조건 내 편이 되어줍니다. 이런 존재가 떠났는데 어떻게 슬프지 않을 수 있을까요? 내가 느끼는 슬픔이 지극히 정상적인 거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니 슬픔을 참지 마세요. 충분히 슬퍼해도 괜찮습니다.


이학범
글쓰는 수의사이자 온라인 수의학 신문 ‘데일리벳’을 공동 창간한 대표.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공중방역수의사로 군 복무를 마쳤다. 동물복지국회포럼 자문위원, 한국동물병원협회 홍보위원장, 대한수의사회 동물복지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2010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 2014년 대한수의사회장 감사패, 2017년 경기도지사 표창을 받았다. 저서로는 «고양이님, 저랑 살만 하신가요?», «반려동물을 생각한다», «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 2», «반려동물과 이별한 사람을 위한 책»이 있다.

글_구은영 기자, 김채연 학생기자
#구은영 #김채연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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