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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처음이라서
2020년 10월 7일
서울에서 태어난 것만으로도 스펙이 된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서울에 있는 대학을 다니고, 직장을 잡는 것도 매한가지다. 나 또한 간절히 서울행을 원했고, 악착같이 노력한 결과 서울로 왔다. 그런데 때때로 이곳 생활이 춥고 벅차게만 느껴진다. 화려한 밤과 북적거리는 거리와 대비되게 더욱더 외로워지는 나는 서울에서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



01
환상의 나라
서울로


나는 시골 사람이다. 내가 살던 지역은 음식 배달도 안 되고, 주변에 편의점도 없다. 버스는 두 시간에 한 번 오가는데, 저녁 7시면 차가 끊긴다. 나는 동네에서 전교생이 50명도 안 되는 시골 분교, 한 학년에 두 반뿐인 중학교를 졸업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싫어서 열심히 공부했고, 공부 꽤 한다는 아이들이 모인 고등학교에 붙었다. 집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그곳은 유독 경쟁이 심했다. 하루하루가 두렵고 벅찼지만, 나는 서울로 가야 했다. 서울의 대학에 붙어서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인 서울’을 하고 싶었다. 결국 서울에 있는 대학에 붙은 나는 조그만 단칸방에서 혼자 자취 중이다. 목표를 이룬 셈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스무 살이 되어 만난 서울은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 항상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거리도, 환기를 해도 갑갑한 서울 공기도, 깜깜하고 으슥한 골목길도 싫었다. 혼자 서울로 온 까무잡잡하고 조그만 나에게 이곳의 모든 것들이, 건물 하나마저도 너무 크게만 느껴졌다. 내가 기어코 오고 싶었던 서울인데, 한때 꿈의 도시였던 서울인데 그랬다.



02
서울에서
살아남기


서울이 나와 어울리지 않는 곳이란 생각에 마음이 움츠러들 때, 나는 서울에 오게 된 까닭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됐다. 비단 성공한 삶을 살고 싶다는 까닭만 있는 건 아니었다. 소소하지만 시골에선 접해 볼 수 없는 새로운 경험들, 이를테면 보고 싶은 영화나 공연을 마음껏 보고, 소문난 맛집을 탐방하고, 왕복 시간을 따지지 않고 봉사나 대외활동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하고 싶었던 일을 미루지 않고 해보기로 했다. 마음에 드는 카페를 찾아다니고,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바로 영화관에 가고, 대외활동, 동아리,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경험도 쌓았다. 남들로부터 인정받거나 증명할 만한 대단한 성공은 아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마음의 힘을 충전했다. 이 과정에서 나 같은 사람도 많이 만나게 됐다.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서울로 온 언니, 일자리를 구하려고 무작정 서울로 온 오빠, 서울에서 모이는 동아리에 참가하려고 왕복 6시간을 오가는 친구.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있다는 게 이토록 큰 위로가 될 줄 몰랐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서울로 온 우리는 오늘도 꿈을 이루기 위해 분투하고 있었다. 여전히 서울의 건물은 높고, 내 자취방은 좁다. 하지만 이제는 서울이란 도시가 왜 그렇게 북적거리고 활기찬지, 밤에도 밝을 수밖에 없는지 알 것만 같다. 가끔은 나도 그 복잡한 거리에 서 있으니 말이다. 낯설지만 더는 싫지만은 않은 서울에서 시골 쥐였던 내가 서울 쥐로 순식간에 변할 수는 없지만, 오늘도 나는 이곳에서 살아남았다. 서울 앞에서 조금은 떳떳해졌다.


#이희원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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