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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호
작가 김수현
우리에겐 ‘나’로 살 권리가 있다 작가 김수현
출간한 지 꽤 된 것 같은데 줄곧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다. 도대체 비결이 뭘까 궁금했는데 책을 읽고 한 번, 그녀를 만나고 나서 또 한 번 왜인지 알 것 같다. 나쁜 이들에겐 촌철살인으로 시원하게 한 방 날리고, 힘든 이들에겐 친구이자, 언니이자, 누나가 되어 따듯하게 위로를 건네는 그녀. 이렇게든 저렇게든 나로 살면 된다고,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여기 있었다.


책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가 오랜 기간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책 준비할 당시만 해도 어떻게 될지 안개 속 같았어요. 그때 결심한 게 ‘책이 잘 되든, 안 되든 나라는 존재는 똑같다. 흔들리지 말자.’였죠. 그래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후 기분은 좋았지만, 엄청나게 짜릿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다만 SNS 메시지나 독자와의 만남 때 책 잘 읽었다는 말을 들으면 참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죠. 다른 사람들 괴롭히면서 돈 버는 사람도 있는데, 다행히 돈 벌면서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또 이 책을 통해 전문 작가가 될 수 있었기에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글을 쓸 때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책과 일상에서 영감을 얻어요.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를 쓸 때는 시중에 나와 있는 사회심리학 관련 도서를 다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이 봤어요. 제가 어려우면 글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내용을 이해하고 잘 씹어서 쉬운 언어로 표현하려고 했죠. 책만 보면 너무 학문적이라 공감하기 어렵고, 일상 이야기만 들으면 자칫 내용이 가벼워질 수 있어서 두 가지를 적절하게 버무리려고 했어요. 이젠 일상 얘기를 하다가 책 내용이 떠오르고, 책을 보다가 친구 얘기가 떠오르기도 해요.

책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의 집필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도 평범하게 대기업 공채를 준비하던 취준생이었어요. 토익 공부에 공모전 준비, 인턴 활동까지 할 수 있는 건 다 했죠. 근데 아무리 애써도 계속 떨어지는 거예요. 열심히 살았는데 왜 이렇게 됐지, 내가 뭘 잘못한 거지? 고민해 봐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다 깨달았어요. 내가 지금 큰 문제없이 괜찮은 사람들이 많이 실패하는 시대를 살고 있고, 좋은 회사에 가지 못한다고 내 가치가 떨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그 후 제 탓 대신 세상의 시선에 연연 말고 나로 살겠다 다짐했어요. 책은 그때 그 다짐을 담은 것이기도 해요. 앞으로 이렇게 살아야지, 흔들리지 말아야지 하고요. 또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부족하지 않아도 실패할 수 있고,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책이 있으면 제 주변뿐만 아니라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위로를 전할 수 있잖아요. 그 마음으로 1년 반 동안 집필을 했고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가 나왔죠.

책의 어떤 점이 사람들 마음을 움직였다고 생각하시나요?
일단 솔직하게 썼어요. 제 말투에 가깝게, 평소 저와 주변 이야기를 담았죠. 또 문체나 내용을 의도적으로 유연하게 풀어내려고 했어요. 제가 뛰어난 학자도 아니고 굳이 대중서적을 어렵게 쓸 필요가 없다고 봤거든요. 메시지를 독자에게 쉽게 잘 전달하는 게 중요했어요. 그래서 불필요한 미사여구 없이 짧고 명료하게 쓰고 ‘시조새 파킹’이나 ‘안물 안궁’ 같은 말을 넣기도 했죠. 편안하게 친구와 이야기하듯 써서 그런지 친한 언니가 대신 싸워주는 느낌을 받았다는 분도 있었어요. 그런 부분들이 독자들의 공감을 얻었던 게 아닐까요.


냉담한 현실에서 ‘어른살이’를 하다보면 작가님도 힘든 날이 있으실 텐데요. 어떻게 해소하세요?
저는 힘들 때마다 글을 써요. ‘지금 어떤 일이 있는데, 이렇게 생각하자. 괜찮아.’ 하는 내용으로 제 자신에게 써주죠. 훈련이 되니까 이젠 따로 적지 않아도 자연히 머
릿속으로 그렇게 프로세스가 돌아요. 그럼에도 너무 힘들고 쉬고 싶을 땐 그냥 쉽니다. 좋아하는 미드 보며 누워있기도 하고 책 읽고 친구들도 만나요. 아무것도 안 하고 저를 내버려두는 거죠. 그렇게 푹 쉬면 회복이 되더라고요. 우울감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우울증이라고 해요. 그럼 2주까지는 맘껏 우울해도 괜찮은 거 아닐까요. 솔직히 사람이 항상 잘 될 순 없고 삶에 회의감이 드는 시기도 분명 있어요. 그래도 20대를 쭉 훑어보면 그 힘들었던 순간들 덕분에 성장했음을 느껴요. 암울하지만 나를 잘 살게 해주는 순간들이니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 견디는 거죠.

어떻게 해야 나로 살 수 있을까요? 나다움을 찾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다중지능이론에는 ‘자기성찰지능’이란 게 있어요. 지능이란 관심 가지면 늘고, 방치하면 떨어지는 거잖아요. 자기성찰지능 역시 나에 대해 끊임없이 들여다보고 훈련하면 높아져요. 내가 누군지, 뭘 좋아하는지 알게 되는 거죠. 추천하는 훈련 방법은 자신에 대해 글로 적어보는 거예요. 우선 지금까지 나의 일대기를 정리해보세요. 언제 태어났고, 몇 살 때 학교에 갔고, 어떤 사건이 있었고. 기억나는 순간들을 쭉 종이에 적는 거예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나라는 사람의 윤곽선이 그려지고 자신을 객관화해서 볼 수 있어요. 저는 제 일대기를 워드 30페이지에 걸쳐 썼어요. 해가 끝나면 그 해를 종합하는 글을 거의 10년 째 쓰고 있고요. 이 과정을 통해 제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게 됐다고 생각해요. 뭐든 좋아요. 내가 뭘 선호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등등 나에 대해 다양하고 많은 글을 써봤으면 좋겠어요. 피아노 한 번 쳐봤다고 음악 지능이 쑥 늘지 않듯, 계속 관심 가지면서 자기성찰지능을 키워나가는 게 필요해요.

독자들과의 만남도 종종 갖고 계시죠. 기억에 남는 독자 반응이 있다면요?
최근 대학 강연 갔을 때 한 친구가 바나나 우유와 함께 편지를 주더라고요. 1학년 친구였는데, 우울증이 너무 심해서 나쁜 생각까지 했었대요. 근데 제 이전 책 중에 ‘어느 순간이고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없는 삶이란 없다’는 구절을 보고 다시 잘 살아보자 결심했다고 해요. 그래서 지금 자기가 대학교도 다닐 수 있게 됐다고. 더구나 그 구절을 찍어서 SNS에 올렸는데 알고 보니 친한 친구도 우울증이 심해서 힘들어하고 있었고, 그걸 보고 마음을 바로잡았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편지 말미에 ‘작가님은 어린 두 소녀의 목숨을 구하셨습니다’라고 적어줬는데 저도 모르게 울컥하더라고요.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내 삶이 의미 있음을 느낄 수 있던 순간이었어요.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되시나요?
다음 책을 준비하기 위해 스케줄을 비웠어요. 내년 초 발간을 목표로 당분간 책 작업에 몰두하려고 해요. 신작은 지금의 대학생과 청춘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들의 입장에서 쓸 생각이에요. 에세이지만 꼰대스럽지 않은 자기개발서랄까요. 제 그림도 똑같이 들어갈 거고요.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글로 선한 영향을 주는, 의미 있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저 역시 어떤 방식으로든 열심히 살아야겠죠.

마지막으로, 캠퍼스 플러스를 읽는 청춘들에게 한 마디 전해주세요.
주변에서 그런 말들 많이 하죠. ‘이거도 못 버티면 다른 것도 못해!’. 근데 그렇다고 인생 망하는 건 아니에요. 대학생들 만날 때마다 안타까운 게, 절대 실패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실패하면 스스로 부족한 존재라고 느끼며 좌절하고요. 하지만 일상이 괴롭고 어렵더라도 나는 여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사는 인생이 아닌, 그런 실패들도 견뎌낼 수 있는 어른이 되길 바라요.


작가 김수현

저서
『100% 스무 살』 / 마음의숲
『안녕, 스무 살』 / 마음의숲
『180도』 / 마음의숲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 마음의숲

강연
청춘페스티벌 2018
Grand Life Class : 인생수업
취재_임수연 기자 사진_안용길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