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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호
소설가 정유정
우리는 운명의 폭력성 앞에 맞설 수 있을까 소설가 정유정
그녀와의 인터뷰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달콤살벌. 곱고 고운 말투로 자신이 좋아하는 고딕메탈 노래를 들려주시는 아이러닉함, 고양이 냥줍 이야기를 하다가 피 낭자한 시체 묘사를 하실 때의 평온함. 어쩌면 그녀의 소설에서 느끼는 ‘악’에 대한 묘한 감정이 이런 게 아닐지. 작품이 좋았는데 그녀가 더 좋아져서 돌아온 인터뷰 그날의 기록.


통제할 수 없는 운명이 우리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 때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어요?


요즘 일과가 어떻게 되세요?
올해 1월부터 신작 초고를 쓰고 있어요. 다음 작품 주인공이 침팬지 사육사라 작년에는 자료 조사 차 일본 교토대 영장류연구센터와 구마모토 보노보 사육지도 다녀왔죠. 일반적으로 초고를 3개월 안에 쓰는데, 최근 영화 ‘7년의 밤’이 개봉하면서 시사회 행사나 관객과의 대화(GV), 인터뷰 등으로 조금 바쁘게 지냈어요. 이제는 미뤄뒀던 초고를 끝내려고요.

직장 생활 하시다가 뒤늦게 작가의 길을 걷게 되셨죠. 큰 도전이었을 텐데 두렵진 않으셨나요?
어릴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어머니 반대로 간호대에 가게 됐어요. 그 뒤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셨고, 집안이 어려워져서 아버지와 함께 가장 역할로 20대 청춘을 보냈죠. 그렇게 간호사로 5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직으로 9년 근무했어요. 그래도 작가의 꿈은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결혼 후 집 마련까지 끝내고 일을 그만뒀어요. 직장이 있으면 몇 번 실패했다고 돌아갈 것 같았거든요. 가고 싶어도 못 가게 다리를 태운 거죠.(웃음) 물론 후회도 많이 했어요. 공모전에 떨어져서 위축될 때마다 저 자신에게 물었어요. 작가라는 직업을 갖고 싶은지, 글을 쓰고 싶은 건지. 늘 결론은 글쓰기였고, 제가 좋아서 한 거니 결과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스스로를 달래곤 했죠. 그리고 당시 남편이 참 많이 도와줬어요. 책 구매 비용부터 아이 학교 뒷바라지, 저녁 장보기까지 다 해줬거든요. 심지어 제 울분풀이용 샌드백도 베란다에 달아줬어요. 덕분에 오롯하게 글에 전념할 수 있었어요. 대신 꼭 성공해서 호강시켜주겠다고 남편에게 약속했죠.

작품 전반에 ‘악’이라는 공통 주제가 있어요. 특별히 그 주제를 다루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저는 모든 인간에게 악한 본성이 있다고 보는 편이에요. 빛이 들지 않는 잠재의식 밑바닥에 증오와 폭력, 욕망이 숨어 있다가 어느 순간 야수처럼 삶 밖으로 튀어나와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꿔버리는 거죠. 예를 들어 『7년의 밤』에서는 최현수가 아이를 차로 치는 순간, 마음속 야수가 튀어나온 거예요. 모든 것을 잃는다는 두려움, 잃고 싶지 않다는 욕망, 순간적인 공포심이 아이 입을 막아 죽이죠. 이걸 전 운명의 폭력성이라고 불러요. 운명적으로 다가온 사건을 막을 순 없지만, 그것과 맞닥뜨렸을 때 최현수는 제일 나쁜 선택을 했어요. 그로 인해 인생이 파멸로 가게 되고요. 저는 제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이 한번쯤 고민해봤음 좋겠어요. 소설처럼 똑같은 사건이 벌어진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지, 범죄사건 이면에 다른 이유는 없는지, 그들을 교화시킬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거죠. 굉장히 불편한 이야기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거라고 봐요.

작가님 작품의 어떤 점이 사람들의 마음을 끈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독자들의 간접 경험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소설 안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여서 등장인물처럼 온갖 감정에 휘말리게 하는 거죠. 그렇게 하려면 독자의 오감에 폭탄을 퍼부어야 해요. 소설 속 모든 것을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것처럼 생생하게 표현하지 않으면 이입이 끊겨요. 인간은 오감 중에 시각이 가장 발달한 만큼 특히 시각적 묘사에 신경을 많이 써요. 예를 들어 시체의 느낌, 온도, 살의 감촉, 냄새까지 전달해 시체를 독자의 손에 안겨주는 걸 목표로 하죠. 그렇게 실감나게 느낀 후에 이 시체가 왜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요. 그래야 독자가 못 도망간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부분을 매력 있게 느끼시는 게 아닐까요.


소설을 영화화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나요? 영화 ‘7년의 밤’은 어떻게 보셨나요?
제 소설을 영화화할 때 계약서에 꼭 명시하는 게 있어요. 첫째, 작품 제목 그대로 쓰기. 둘째, 작품의 톤 바꾸지 않기. 예를 들어 비극인데 희극으로 만들지 않도록 요청하죠. 영화 ‘7년의 밤’은 비극 이야기에 무게를 얹어서 더욱 비극적으로 만들었어요. 그래서 아주 마음에 들었죠. 아쉬운 점은 여자 캐릭터 부분이에요. 전체적으로 극이 복잡해질 수 있어서 필연적으로 존재감이 약해질 거란 생각은 했어요. 마음으론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거죠.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해오셨는데요. 기억에 남는 독자 반응이 있으셨나요?
제가 마흔 살 넘어 등단하다보니 앞으로 소설 쓸 기간이 짧더라고요. 아쉬운 마음에 10년만 젊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는데, 한 독자분이 저보고 100살까지 살면서 소설을 써달라고 댓글을 다셨더라고요. 그걸 보며 엄청 울컥했던 기억이 나요.

쓰고 계신 다음 신작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지난 10년 간 인간 본성과 운명의 폭력성에 대해 썼다면, 이제는 그에서 파생해 죽음에 대해 쓰려고 해요. 죽음 앞에 선 생명의 두려움,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 그리고 인간의 마지막 선택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강인하고 용기 있는 여성이 등장하는데 약간의 판타지적인 요소가 섞여 들어갈 거예요. 죽음을 다루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쓸 계획이에요.

현실적인 이유로 꿈을 포기하는 학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우선, 진심으로 자기가 원하는 일인지 생각해보세요. 그 후 단단한 확신이 들면 자기 자신을 벼랑에 세울 필요가 있어요. 꿈을 향해 자기 삶을 던지고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거죠. 세상살이가 뜻대로 안 된다고 좋아하는 걸 포기하는 건 너무 억울하잖아요. 삶에는 죽음이 포함되어 있고, 죽음이라는 기차가 언제 내 플랫폼에 들어올지 몰라요. 그러니 살기 위한 삶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는 삶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신가요?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잘 알지만, 죽을 때까지 일정 간격으로 일정 수준의 작품을 발표하는 거예요. 기왕이면 한번 쓸 때마다 조금씩 솜씨가 나아졌다는 말을 들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정유정 = 이야기꾼’이라는 수식어를 갖는 게 꿈이에요. 그렇게 재미있고 의미도 있는 작품을 계속 발표할 수 있었으면 해요.


소설가 정유정

저서
「종의 기원」 / 은행나무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 은행나무
「28」 / 은행나무
「7년의 밤」 / 은행나무
「내 심장을 쏴라」/ 은행나무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 비룡소
「마법의 시간」 / 밝은세상
「이별보다 슬픈 약속」 / 밝은세상
「열한 살 정은이」 / 밝은세상

수상
2009년 제5회 세계일보 세계문학상
2007년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
취재_임수연 기자, 김민솔 학생기자 사진_안용길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