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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커뮤니케이터 원종우
2018년 4월호
과학커뮤니케이터 이정모
당신도 ‘과학’할 수 있어요 과학커뮤니케이터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이자 과학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이정모 관장과의 인터뷰 시간. 수다 떨 듯 터져 나오는 과학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쩜 과학이 이렇게 재미있는 거였나 싶다. 실패해도 되니까 맘껏 해보라는, 이런 선생님만 있었어도 과학과 좀 더 친하게 지내지 않았을까. 이런 말을 던지니 그가 말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어요. 함께 ‘과학’해봅시다.

과학자는 천재가 아니에요.
끊임없이 실패하고 작은 성공에 기뻐하는, 끈기 있는 사람이죠



과학커뮤니케이터란 어떤 사람인가요?
쉽게 말해, 과학자와 대중 간 통역사예요. 과학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언어가 아니라 수식과 산수로 되어 있잖아요. 예를 들면 ‘F=ma’ 같은 거죠. 알고 나면 복잡하지 않은데 수식만 봤을 때는 바로 이해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누군가 해석해줄 사람이 필요한 거예요. 어렵게만 느껴지는 과학을 대중들에게 쉽게 풀어 전달하는 것, 그게 바로 과학커뮤니케이터가 하는 일이에요. 재밌는 게 저는 대학 시절부터 과학커뮤니케이션을 경험했어요. 저희 어머니 덕분에요. 당시 학교 끝나고 집에 가면 어머니가 어린 아이에게 하듯 ‘오늘 뭐 배웠니?’ 하고 물어보시곤 했어요. 제 학교생활이 궁금하셨나 봐요. 그런데 대학은 하루에 배우는 양이 꽤 많잖아요. 그중 한 가지를 골라 어머니가 이해하실 수 있도록 쉽게 풀어서 설명하곤 했죠. 너무 재미있게 들으시더라고요. 그때부터 저도 이 일에 흥미를 느꼈고, 일반 사람들에게 과학을 쉽고 친숙하게 전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그 마음으로 과학커뮤니케이터 활동을 하고 있고요.

현재 서울시립과학관장을 맡고 계시지요. 과학관 운영 철학은 무엇인가요?
서울시립과학관은 직접 손으로 만지고 몸으로 익히는 과학 실험실이에요. 자전거에 대해 아무리 설명을 잘 들어도 자전거를 탈 순 없죠. 스스로 자전거를 타고 넘어져 봐야 방법도 원리도 제대로 알게 돼요. 과학도 마찬가지예요. 눈으로만 볼 거라면 굳이 과학관에 오지 않아도 돼요. 쭉 진열된 멋진 결과물들을 보기만 하는 건 과학에서 더 멀어지는 길이에요. 과학자는 유별나고 똑똑한 사람이구나, 나는 과학을 못하겠네 하는 생각을 들게 하죠. 그래서 저희 과학관은 대부분 전시물을 만지고 체험하게끔 돼 있어요. 또 관람객들과 함께 박테리아에서 DNA를 추출하거나 복제하거나 재조합해보는 과학 실험도 해요. 대학에서 하는 실험이지만 일반인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물론 잘 못할 수도 있죠. 하지만 실패를 경험하고, 전시하고, 실패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게 저희 과학관 목표예요. 내가 왜 실패했는지 생각해보고 다른 걸 구상해보면 돼요. 그게 바로 과학이거든요.

‘과학은 실패하는 것’이라는 말이 인상 깊습니다. 하지만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방법이 있을까요.
우리나라는 과학 실험만 하면 성공률이 95%예요. 뻔히 답이 나오는 실험만 하거든요. 이런 식으로는 어떻게도 발전할 수 없어요. 남들이 안 해본 걸 해봐야 합니다. 물론 100명 중 99명은 실패할 거예요. 하지만 그건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 과학자는 가설을 세우고, 관찰하고, 실험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모든 과정에서 실패해요. 무수히 많은 실패를 하다가 한 번 성공할 뿐이죠. 천재가 아니라 끈기 있는 거예요. ‘왜 실패했을까? 가설에 오류가 있나? 실험 설계가 잘못됐나? 어떤 용액을 썼지? 이렇게 바꿔볼까?’ 점점 이야기를 붙여나갈 수 있는 것, 이게 진짜 ‘과학적’인 거예요. 대신 실패에는 격려가 반드시 필요해요. 예를 들어 저는 발명대회에서 완벽한 물건 말고 실패한 것들에 좋은 상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학생들이 과감한 실험과 연구를 할 수 있어요. 마음껏 실패를 경험하게 하고 그걸 응원하는 게 중요해요. 독자분들도 끊임없이 실패하고 작은 성공에 기뻐할 줄 아는 과학적 태도를 가질 수 있기를 바라요.


로봇과 인공지능 발달로 인한 변화의 시작점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저는 로봇과 인공지능이 더 빨리 발전해야 된다고 봐요. 그래서 사람들의 노동시간이 확연히 줄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구석기 사람들은 하루 3시간만 일하고 살았어요. 세상은 좋아졌는데 일은 더 많아요. 참 이상한 일이죠. 로봇과 인공지능이 더 발전하면 사람들은 일자리를 다 빼앗길 거라고 걱정하기도 해요. 초기에는 그럴 수도 있어요.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가 돌아가려면 끊임없는 소비가 필요해요. 기업이 100%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제품을 생산해서 비용은 줄일지언정, 사람들이 돈이 없으면 제품이 팔리지 않아요. 어떻게든 대안을 강구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렇게 나온 아이디어가 핀란드의 기본소득이에요. 일하지 않는 이들에게 기본 생활 비용을 제공하는 거죠. 얼마 전에는 빌게이츠가 로봇세도 제안했죠. 기업체에서 인공지능으로 절약한 만큼을 세금으로 내는 거예요. 그걸로 정부는 사람들을 공공영역에 3~4시간씩 고용하는 거죠. 이미 나온 복제 기술을 없앨 수 없듯, 로봇과 인공지능 역시 막을 수 없어요. 처음에는 혼란스럽겠지만 멀리 보고 다양한 대안들을 실현해보며 정착시켜 나가야 해요.

앞으로 대학생들이 어떻게 과학에 접근했으면 하시나요?
흔히 말하는 스펙은 대부분 첫 취직 때만 쓰죠. 그 다음부터는 경력으로 가니까요. 물론 취업난으로 힘든 걸 알지만 한 번 쓸 스펙을 위해 성적 잘 나오는 수업만 듣는 게 안타까워요. 대학에 온 만큼 다양한 시도를 해봐야 하는데 겁이 나는 거죠. 대학생활도 실패하기 싫은 거예요. 하지만 요즘은 100세 인생이죠. 30살쯤 정규직 됐는데 50대가 되니까 나가라고 해요. 그럼 남은 50년간 뭐해 먹고 살까요. 지금 대학생들은 직업 하나만 갖고 살 수 없어요. 적어도 4~5개 직업을 갖게 될 거예요. 이런 상황에 지금 내 전공에만 올인하는 건 좋은 전략이 아니죠. 저는 생화학과를 다녔지만 근 2년 동안 경제학과 수업을 들었어요. 3학년 때는 철학과, 4학년 때는 신학과 수업을 들었죠. 그 덕분에 시야도 넓어지고, 큰 실패도 해볼 수 있었어요. 만약 생물학을 좋아한다면 과감하게 생물학 전공 수업을 들어보세요. 기왕 대학에 들어간 만큼 그곳에서 이뤄지는 모든 것들을 다 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만한 기회가 다신 없을지도 몰라요. 종합대학을 충분히 잘 활용해서 자신의 가능성과 미래를 살펴볼 시간을 갖길 바라요.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나 새롭게 준비하고 계신 일이 있나요?
우선 서울시립과학관이 우리나라 과학관의 새로운 모델이 되었으면 해요. 글만 읽는 교육에서 실제로 체험하는 과학교육 모델을 만들어낼 거예요. 우리나라 130개 과학관 중 50개만 저희처럼 바뀌면 그 지역 과학 수업도 확연히 달라질 거라고 생각해요. 또 개인적으로는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 그의 일생을 더해, 쉽게 풀어내보려고 해요. 현장감을 담고 싶어서 작년 한 달 동안 찰스 다윈이 태어나고 사망한 곳까지 살펴보고 왔어요. 최대한 가볍고 재밌게, 찰스 다윈의 진화 이론을 설명할 거예요. 사람에 따라 여행 책 또는 과학책으로 읽을 수 있도록 말이죠. 내년 말쯤에는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과학커뮤니케이터 이정모

연혁
현 서울시립과학관 관장
전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
전 안양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저서
「달력과 권력」 / 부키
「과학하고 앉아있네 1」 / 동아시아
「그리스 로마 신화 사이언스」 / 바다출판사
「공생 멸종 진화 」 / 나무나무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 바틀비
「250만 분의 1」/ 나무나무
외 다수
취재_임수연 기자, 김희연 학생기자 사진_안용길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