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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호
넷. 멘탈 가출 시험 기간
멘탈 가출 시험 기간 어디까지 해봤니?
그 어떤 강철 멘탈이라도 정신줄을 놓게 만든다는 마법의 시간, 시험 기간. 그 순간만 되면, 평소의 나는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곤 해. 조금은 남다른 공부법을 개발해내고, 관심도 없었던 인테리어에 도전하고, 절대 하지 않았던 실수까지 저지르는 좌충우돌 시험기간 이야기 한번 들어볼래? 이 중 하나는 너의 얘기일지도!


사람은 위급한 상황에 처하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는 얘기, 들어본 적 있지? 나는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해본 적이 있어. 때는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기간, 나는 부르마블 게임 어플인 ‘모두의 마블’에 중독되어 있었어. 어느 정도였냐면, 시도 때도 없이 귓가에서 ‘모두의 마블 모두 해~♪’라는 게임 주제 송이 들리곤 했지. 이 수준에 이르니 도저히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더라고. 그래서 그냥 내 욕망에 몸을 맡겨 게임을 하기로 했어. 하지만, 이대로 학점을 포기할 순 없잖아? 그래서 방법을 찾았어. ‘모두의 마블’은 플레이어들에게 플레이 기회가 번갈아 가면서 주어져. 즉, 다른 유저의 턴 때는 딱히 할 일이 없는 거야. 나는 이 시간을 공부하는 데 쓰기로 했어. 우선, 전공 책을 책상 위에 펼쳐두고 게임을 켰지. 그러고 나서 내 턴이 지나고 다시 턴이 돌아올 때까지 책의 내용을 외우기 시작했어. 몇 분 안 되는 시간이 주는 압박감과 긴장감 덕분인지 집중력이 올라가더라고. 유후~ 알고 보니 난 시간 경영계의 달인이었던 거야. 그렇게 해서 그날 양심의 가책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었어. 하지만 이 방법을 쓰려는 너에게 하나 충고할게.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건 힘들더라고... 그렇다고...
시험 기간에 렙업을 가장 많이 했다는 S


시험 기간에 어디서 공부해? 나는 집! 집은 편하지, 따뜻하지, 돈 안 들지, 음식까지 풍족한 최고의 장소야. 그런데 이렇게 완벽한 집에 단 한 가지 단점이 있어. 그건 바로 나를 유혹하는 게 너무 많다는 거야. 시험 기간이면 재밌는 프로그램이 넘쳐나는 TV, 머리를 대면 10초 안에 잠드는 침대까지! 하지만 그중에서도 갑 오브 갑은 역시 우리 집 반려견 ‘미르’야. 미르는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워~ 이렇게 완벽한 생물이 눈앞에 있는데 내가 공부를 할 수 있겠냐고! 못하지. 공부 따위 포기하고 미르를 무릎 위에 앉혀 놓고 예뻐해 주고 있는데 어느새 미르가 잠든 거야. 미르의 잠을 방해할 수 없어서 가만히 앉아 있다 보니, 마땅히 할 일이 없더라고. 그래서 책상 한쪽에 밀어 두었던 전공 책을 펼치고 공부를 시작했어. 중간중간 몸이 근질근질 했지만 어쩌겠어. 내가 움직이면 미르가 깨는데, 계속 앉아서 공부할 수밖에. 그래도 덕분에 다음 날 시험을 잘 볼 수 있었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이 방법 한번 써봐! 효과가 좋아! 단, A+와 함께 부작용으로 방광염을 얻을 수 있다는 점. 그러니 이 방법을 쓸 거면 화장실은 미리 다녀오도록 해.
무릎의 소유권을 미르에게 넘겼다는 M


시험 날짜 잘못 알고 있다가 벼락치기로 시험공부한 적 다들 있지? 나는 그것보다 더 위험한 상황을 경험했었어. 2학년 2학기 중간고사 때였어. 나도 이제 학점 관리를 해야겠다 싶어서 열심히 공부했지. 특히 전공 공부에 집중했어. 그런데 너무 전공에만 몰두한 나머지 교양 시험 날짜를 확인하는 걸 놓치고 만 거야. 여기서 사건이 터졌지. 그날 나는 평소같이 교양 수업을 들으러 갔어. 그런데 강의실에 들어선 순간, 이게 웬일이지? 교실이 텅텅 비어 있는 거야. 그때부터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강하게 왔어. 부랴부랴 이곳저곳에 수소문을 해보고 알았어. 그 교양은 오늘 시험을 치르는 날이었고, 그 시험은 이미 아침에 끝났다는 사실을. 멘붕. 하지만 어떡하겠어? 방법을 찾는 수밖에. 내 절절한 사연과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려낸 간절함을 담은 이메일을 교수님께 보냈고, 사정사정한 끝에 뒤늦게나마 시험을 치를 수 있었어. 물론, 더 어려운 난이도의 시험 문제를 받았고 시험 점수의 20%를 낮게 측정한다는 조건도 붙었지. 그렇게 겨우 F를 면할 수 있었지만 결국 그 과목은 재수강을 했어. 그날 이후로 나는 시험 시간과 날짜를 최소 다섯 번 이상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어.
시험 날짜를 달달 외우고 다닌다는 H


요즘 셀프 인테리어가 유행이던데 해본 적 있어? 나는 1년 전에 해봤어! 그 시기가 좀 그래서 그렇지... 그날은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기간이었고, 금요일이었어. 난 주말 알바를 했는데 월요일에 시험이 있어서 공부할 시간이 부족했지. 그래서 금요일에 열심히 공부했어. 그렇게 12시쯤 되었을까? 머리 좀 식히려고 인스타그램을 켰어. 후...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인스타그램에서 난 셀프 인테리어 글을 보고 말았지. 마치 호텔에 온 듯한 인테리어 사진을 보면서 내 방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거야. 계속 신경 쓰여서 공부를 할 수 없더라고. 그래서 딱 한 시간만 하자는 마음으로 인테리어를 시작했어. 처음에는 가볍게 책상 정리를 했지. 근데 사람 욕심이 끝이 없더라. 결국, 차오르는 욕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가구 배치까지 손을 뻗고 말았어! 새벽 두 시가 넘어가는 시간, 난 땀을 뻘뻘 흘리면서 가구들을 옮겼어. 그렇게 옷장, 책장, 의자, 침대까지 방에 있는 가구를 전부 재배치하고 나서야 인테리어를 끝낼 수 있었지. 그때 시간이 6시 58분. 알바 시작 시간은 8시였고. 그래서 공부는 어떻게 됐냐고? 뭘 물어. 당연히 못 했지. 그때 본 시험 점수는... 정리하기 전 내 방 상태 같달까? 그 후로 나는 셀프 인테리어 글은 쳐다보지도 않아. 역시 방은 먹고 잘 수만 있으면 되는 것 같아!
셀프 인테리어라면 학을 뗀다는 W
글_이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