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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호
웹툰작가 이종범
마음 처방 한 컷 웹툰작가 이종범
청춘들이 아프다. 열정 하나로 부지런히 살아보지만 늘 불안하고 고단한 세상 속에서 쉽게 마음을 다친다.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길 바라며 그림 처방전을 내리는 사람. 심리학 웹툰작가 이종범을 만나보았다.

촬영 장소_에코의 서재(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죽전로15번길 11-3, 031-266-1138)

제 메시지가 독자에게 제대로 닿을 때, 만화가로서 희열을 느껴요


웹툰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궁금합니다. 어떤 장단점이 있나요?
웹툰작가는 초기 자본이 들지 않고, 혼자 일할 수 있으며, 불특정 다수에게 의미를 전할 수 있는 직업이에요. 제 경우, 많은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다가왔어요. 그래서 독자에게 제가 의도했던 반응을 이끌어냈을 때 만화가로서 희열을 느끼죠. 대신 단점은 불특정한 누군가 또는 사회에 해악을 끼칠 수도 있다는 거예요. 이건 작품 활동을 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기도 해요. 특히 제 만화는 ‘심리’라는 전문 소재를 다루기 때문에 독자 중 누군가를 의도치 않게 상처 입힐 가능성이 높아요. 그래서 항상 조심하고 있어요.

작가님 작품은 스토리가 탄탄하기로 유명해요. 아이디어나 관련 자료는 어디서 얻으시나요?
아이디어 구상이나 자료 조사를 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읽는 거예요. 각 상황에 대한 사람들의 솔직한 생각을 알 수 있거든요. 그러면서 저를 살펴봐요. 예를 들어 어떤 걸 보면 분노를 느끼고, 부끄러움을 느끼는지 제 반응을 관찰하다 보면 제가 말하고 싶은 방향이 보여요. 그것이 스토리의 큰 줄기를 결정하죠.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만 꼭 필요한 작업이에요. 그 후에 전문 서적을 읽거나 전문가를 취재해 자료를 완성합니다.

‘닥터 프로스트’를 통해 독자에게 궁극적으로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닥터 프로스트’는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 한 남자가 자기를 발견해 가는 과정의 기록이에요. 그 작품을 준비하던 20대 시절, 제게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였어요. 왜 화가 나는지, 무엇이 약한지, 내가 이걸 하고 싶은 이유가 뭔지 등등. 늘 문제의식을 갖고 나를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그 메시지를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어요.


‘닥터 프로스트’ 다음 시즌은 언제쯤 시작하실 계획이세요? 어떻게 진행해 가실지 살짝 귀띔해주실 수 있나요?
시즌 4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혐오’예요. 워낙 어려운 주제인데다 스토리 쓰는 동안 한국이 너무 변했고 사람들 인식도 많이 달라져서 처음에 썼던 스토리를 다 갈아엎었어요. 현재 초고는 거의 완성 단계고, 취재도 부지런히 하고 있어요. 올해, 이왕이면 상반기 중에 시즌 4를 시작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닥터 프로스트’ 연재가 끝나면 차기작으로 어떤 이야기를 다루고 싶으신가요?
여러가지가 있는데 우선 전문 직업군 얘기를 다뤄보고 싶어요. 최근 국회의원 보좌관실에 취재를 간 적 있는데 무척 흥미롭더라고요. 쉽진 않겠지만 재밌을 것 같아요. 전에 관심 있어서 취재한 적 있는 의무소방관 얘기도 좋고, 협상가가 나오는 만화도 괜찮을 것 같아요. 다음으로 스포츠나 음악, 연애 같은 장르물에 로망이 있어요. 마지막으로 최근 구상하고 있는 주제 중 하나가 젠더 이슈예요. 스토리를 써서 아내에게 보여주고 있는데 어려운 주제다 보니 능력 부족을 실감하고 있어요. 이렇게 앞으로 그리고 싶은 소재는 많아요. 그런데 추후 어떤 소재를 다루든 심리학적 시선은 유지할 거 같아요. 예를 들어 스포츠물을 그려도 캐릭터의 활극 이전에 동기나 좌절 등을 그려내는 형식인 거죠. 그런 점에서 ‘프로스트’라는 캐릭터는 연재가 끝난 후에도 또 다른 작품에서 등장할 거예요. 꿈이 있다면 제가 그려내는 ‘전문가’ 캐릭터들로 현대물 어벤저스를 만드는 거예요. 그때는 조금 더 달라진 모습의 프로스트를 만날 수도 있겠죠.

현재 한국만화가협회와 한국웹툰작가협회에서 이사로 활동하고 계세요. 협회에서는 어떤 일을 하시나요?
협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현재 웹툰계 상황을 진단하고 작가들의 권익을 위해 애쓰는 거죠. 예를 들어 제가 만화가 지망생일 때 불공정 계약서를 많이 썼어요. 그런데 그런 일을 겪는 작가가 많아요. 신입 만화가들이 저 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업체와 신입 작가 간 계약이 공정하게 잘 이뤄지는지 살펴봐요. 또 혹시 젠더 착취에 대한 문제는 없는지 파악하고 도움을 줘요. 제보가 들어오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법률자문을 연결해주거나, 협상 테이블에 서야 할 때 함께 참석해 힘이 되어주려고 하죠. 만화가들 대부분이 혼자 일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외롭고 막막해져요. 그럴 때 혼자가 아니라 협회가 옆에 있다는 메시지를 최대한 전달하려 합니다. 대신 더 나은 만화계, 웹툰계를 위해 협회에서 추진하는 운동이나 프로젝트에 많은 작가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웹툰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처음부터 웹툰작가를 직업으로 삼겠다고 생각하면 힘들어요. 엉망진창이어도 좋으니 우선 그려보세요. 웹툰을 그린다는 건 자기 자신에 대해 표현할 방법이 하나 늘어난다는 거예요. 그러면 무조건 행복해져요. 몹시 추천합니다. 또 계속 웹툰을 그려보면 그림 실력이 부족한지, 스토리 기획력을 키워야 하는지 등 자신에게 부족한 점이 정확하게 보여요. 그걸 추가로 공부하세요. 그러면서 진정 웹툰작가를 직업으로 하고 싶은지 차차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새 직업이 되어 있을 겁니다.

심리학적 시선으로 지금의 대학생들을 바라본다면요?
지금 청춘들에게 세상은 두려움으로 가득해요. 심리학적으로 무언가에게 지속해서 두려움을 느끼다 보면 무력감이 들어요. 이게 시간이 지나면 분노 혹은 자학으로 변합니다. 대부분의 한국 대학생들은 후자에 속해요. 무력감을 자기 탓으로 돌리며 자학하는 거죠. 그 고리를 끊어내야 하는데 쉽지 않아요. 만약 무력감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작고 별거 아닌 계획을 세우고 그걸 성취해보세요. 우리 뇌는 얼마나 대단한 성취를 했는가가 아닌, 성취했다는 사실만을 기억하거든요. 무력감을 극복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요? 향후 작가님의 목표가 궁금해요.
개인적인 꿈은 어른다운 어른이 되는 거예요. 만화가로서는 닥터 프로스트 시즌 4를 잘 갈무리하는 거고요. 장기적으로는 그리고 싶은 게 떨어지지 않고 쭉 그려나가는 게 꿈입니다. 그런데 현재로서는 얘기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서 걱정 없어요.(웃음)


웹툰작가 이종범 연혁
2009 웹툰 '투자의 여왕'으로 데뷔
2011~ 웹툰 '닥터 프로스트' 연재
2016~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창작전공 전담직 조교수
2017~ 한국만화가협회 이사
2017~ 한국웹툰작가협회 이사

*2012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2011 독자만화대상 온라인만화상
취재_이설희 기자, 김민솔 학생기자 사진_안용길 실장